며칠 전 와이프로부터 조금 황당한 내용을 들었습니다.
중국의 한 지방도시에서 방역으로 인해 지방정부 예산이 바닥나자 기업체로 하여금 내년도 세금을 미리 걷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최근 중국은 어디를 가나 방역정책으로 인해 난리도 아닙니다. 시진핑이 이야기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清零政策) 때문에 여기저기 확진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안간힘들을 쏟고 있는 거죠. 3 연임을 앞둔 시진핑이었기에 올 10월 연임이 확정되면 조금 규제가 풀릴 거라고 봤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도 않네요. 지금 나오는 이야기는 시진핑이 정식으로 3 연임 등극하는 내년 3월까지 바짝 조일 거 같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정치가 어떠하든 그 내막을 제대로 알 수는 없고, 그냥 제가 돌아다니면서 겪는 느낌을 적어볼까 합니다.
올해 상해에 살고 있는 저 같은 경우에는 거의 3개월을 봉쇄에 갇혀 있었습니다.
대련에 살고 있는 지인은 여기저기 부득이하게 출장을 다녀야 했는데, 이로 인해 호텔에서 격리한 날짜만 100일이 넘어간다고 하더군요. 비용도 비용이겠지만, 시간적인 손실과 제대로 업무를 진행 못하는 손실은 또 얼마겠습니까?
저의 경우만 해도 올해는 정말 일이 제대로 엮이지 않아 많은 손실을 보고 있는 중이죠.
이런 상황이 비단 저와 주변의 일이 아닌 중국 전반적인 상황입니다. 엊그제의 双十一节(11.11 타오바오의 소비 축제)는 주변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별로 성과가 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중국 민중들이 어디 돈 쓸 맛이 있겠습니까? 혹은 뭐 아무리 얼마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돈은 누가 그냥 갖다 주나요? 큰일입니다.
몇 달 전에 들렸던 청도와 출장중에 거쳤던 지방의 작은 도시들을 봐도 전체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어딜 가면 느낌이라는 게 있는데,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죠. 중국 생활 적지 않게 했지만, 이런 모습들은 낯설기만 합니다. 이게 다 봉쇄정책으로 인해 벌어지는 결과일 수도 있기에 참 어이가 없는 거죠.
과연 누구를 위한 봉쇄인가?
우리같은 이방인들이야 이런저런 푸념과 비판을 할 수 있지만, 중국인들은 체제의 특성상 대놓고 비판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그냥 마냥 받아들이고만 있다고 볼 수도 없죠. 뭔가가 꿈틀대고 있긴 한데, 아직까진 외부의 압력이 워낙 강하기에 돌출이 안되고 있는 모양새죠.
상해에서 바오딩 保定으로 출장을 갔었는데, 아침 8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목적지에는 오후 4시 30 정도에 도착을 했습니다. 바오딩에는 비행장이 없어서 石家庄스좌장이란 도시에 내리고 거기서 다시 2시간 못되게 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 여정이죠. 이 과정에서 스좌장 비행장에서 내려서 핵산 검사와 항원검사를 받고 이를 통과하면 다시 고속도로에서 핵산과 항원검사를 다시 받았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다시 항원검사를 했죠.
상해는 거의 매일 핵산 검사를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변에 거의 100~200미터마다 핵산 검사를 받는 부스가 설치되어 있고, 아직까지는 무료이기에 다들 자발적으로 협조를 하고 있죠. 건물에 들어가거나 어디 미팅을 할 때도 핸드폰에 큐알코드가 24시간 녹색 표시가 떠야 움직일 수 있으니, 일종의 현대판 통행증인 거죠.
원래는 72시간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24시간을 주장하면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습니다. 이 꼴 보기 싫어서라도 시간만 나면, 눈에 보이기만 하면 그냥 입 벌리고 핵산 검사를 받아놓죠.
타지에서는 외지인은 돈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18위안을 냈었습니다.
개인의 핵산 검사가 이런 비용이 들기에 이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하겠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하는 방식은 10명씩 묶어서 검사를 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내 앞뒤로 핵산 검사를 받는 사람중에 만약 확진자라도 나오면....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한 번 받는데 원가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핵산 검사를 하는 기업들은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관련 고위 임원들이 스포츠카를 샀더라, 집을 샀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 이야기들도 많이 있죠.
수익을 내는 것은 좋은데 이 돈이 죄다 각 지방 정부에서 지불하는 금액이라, 어떤 곳에서는 비용을 내지 못해 핵산 검사가 중단됐다거나 지방 운영자금이 모자라 공무원 월급이 지급되지 않거나, 공공교통시설이 운영되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여러 가지 추측들이 있고, 정치적이니 중국의 의료현실에 따라서라니 별별 말들이 다 있지만, 이런 사회적인 현상을 과거 문화혁명이나 그 전의 대약진운동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중국인들도 종종 있습니다. 대약진 시절에는 참새를 쫒는다고 죄다 잡아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해충이 늘어 농작이 실패했고, 이로 인해 대규모의 민중들이 굶어 죽는 일이 있었죠. 한마디로 말해 어리석은 정책이란 이야기입니다.
일선의 이런 비판들은 북경 지도자들에게는 잘 안 들리나 봅니다.
우선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겠죠.
상해 부유층의 최고급 주택이 약 40% 가격 하락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많은 부유층들은 시진핑의 3 연임이 확정되자 집을 팔고 해외로 재산을 옮기려 한다고 하네요. 시진핑이 주장하는 공동부유 정책도 부담이 되고, 마윈의 한마디에 한 기업이 휘청거릴 정도로 타격을 받는 중국의 현실에서 소위 있는 사람들은 중국의 현재가 점차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최대 리스크는 중국의 정치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상해 봉쇄가 풀렸을 때 많은 외국인들이 떠나갔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미련 없이 가버렸습니다. 상해를 포함 한국인이 많았을 땐 거의 10만 명에 육박했었는데 지금은 1만 명 정도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실체 치수가 어떤지는 확인해 봐야겠지만, 제 주변의 지인들만 봐도 체감이 됩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떠나가셨네요. 지금 여기에 남아있는 분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은 분들이라고 봐야겠죠. 선택을 하는 분들은 많은 분들이 마음을 접은 모양입니다.
상해에는 많은 외국인 학교들이 있습니다.
비용도 상당하죠. 가끔 한국 뉴스에 나오는 무슨 귀족학교가 어쩐다 비용이 언급되던데 바로 그런 학교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유만 된다면 다들 이런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 하죠.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대다수이지만 아이의 국적이 외국인 경우에 들어갈 수 있는 학교들도 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 원정출산이 하나의 사업이 되는 이유가 있고요. 돈 있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다른 길을 가려하고 영악한 세상은 그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이런 외국인 학교의 학생수가 현저히 줄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은 거의 학생수가 반으로 줄었고, 다니던 학생들도 해외로 전학 가려는 움직임이 자주 목격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지나가겠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차이나 드림이 어쩌고 이야기가 나올지 모릅니다.
중국 생활이 이제 20년 차에 접어들려고 하는 마당에 전 앞서 말한 선택지가 없는 사람으로서 중국에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그동안 겪었던 20년 정도의 급성장하는 중국의 모습은 아마 보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이 성장하려면 좀 더 본질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최근 목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따라 하고 시장의 크기가 있기에 어떤 부분까지의 성장이 이뤄질지는 모르겠으나 그 급성장이 이면에 깔린 수많은 변이들이 잠시 묻혀있을 뿐이기 때문이죠. 언젠가는 이런 것들이 수면 위로 나타나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도 있을 껍니다.
성장의 근본에는 또한 민중의 의식도 중요합니다.
국가 주도의 성장은 한계가 있기에 구석구석 세세하고 알찬 성장은 민중들 개개인의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저기서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상황을 만들고 있는 지금 중국 정부는 분명 위험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그것이 다시 사탕을 뿌리면서 위로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탕을 낚아채는 사람들의 몫일뿐, 아마도 대부분의 민중들은 고난의 연속일 껍니다. 상해 봉쇄 때 보여준 얼토당토않은 방역요원들의 행위들이 그 증거인 거 같고, 이들의 의식이 아직 여기에 머물고 있기에 이 부분이 중국의 성장의 걸림돌이 아닐까 여겨지는 거죠.
중국에서 이방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내 나라도 아니고 그냥 외국인일 뿐입니다. 하지만, 가족이 있고 동료들이 있는 나라이기에 조금은 상식이 통하고, 일반 민중들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그냥 신경 안 써도 되지만, 이웃한 매우 중요한 관계이기에 그냥 모른 척만 할 수 없습니다.
오늘도 제 아이와 같이 핵산 검사를 하고 왔습니다.
언제쯤 이 상황이 종료가 될지.....
건강한 하루들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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