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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백화점의 변화

중국 상업공간 들여다보기

by NSPA 2022. 11. 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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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몰의 개념이 나타나면서 기존의 강자였던 백화점이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넓은 공간에 통로도 넓고 곳곳에 고객들을 배려한 쉴 수 있는 공간도 있고요. 무엇보다 뻥 뚫린 공간(보이드)에서  시원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으니 쇼핑몰은 시간 보내기 딱입니다. 그래서 '몰링'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했죠.

  

  인류 역사상 백화점의 등장은 정말 커다란 변화였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1852년 처음 나타난 백화점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é)' 은 에펠탑으로 상징되는 철골구조의 기술을 한껏 뽐낸 화려한 공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죠. 그곳에서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은 고객들의 욕망을 불 지피기 좋은 환경이었을 것입니다. 

 

최초 백화점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é) 백화점

  한참 전에 읽었던 이 최초의 백화점에 관한 책에서는 당시 민중들의 백화점에 대한 반응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영화에서 볼 수 있던 어둡고 칙칙한 거리의 로드샵들을 접하다가 화려하기 그지없는 엄청난 규모의 쇼핑공간은 그 자체가 환희였겠죠. 백화점은 물건을 사러 가는 곳을 넘어서서 새로운 유행을 탐색하고 새로운 상품들을 보면서 욕망을 맛보는 그런 곳이었겠죠.

 

  최근 한국의 '더현대서울'이 매우 핫하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한국을 못 들어가고 있는데, 여러 매체와 관련된 책들을 보면서 어떤 상황인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모 쇼핑몰 관계자의 요구로 인해 관련 내용을 면밀히 학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었죠. 분석을 한 후 그분에게는 조금 비관적인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당신들의 현 상태로는 당분간 더 현대서울 같은 쇼핑몰을 만들지는 못 할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더 현대 서울은 백화점입니다. 쇼핑몰과는 개념을 달리하죠. 하지만 여기서는 쇼핑공간이란 큰 틀에서 쇼핑몰이란 표현으로 이어가겠습니다.)

  하나의 쇼핑몰이 보여주는 모습은 단지 공간의 구성, 디자인, 진열된 상품이 다가 아닙니다.

  그 공간에서 이뤄지는 운영 및 구석구석 디테일한 모습들이 모두 합쳐져서 그 공간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죠. 어쩌면 하나의 거대한 '문화상품'이라고 볼 수 도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물은 그 내면에 깔려있는 사회적이고 경제적, 문화적인 토양이 근본이 되는 것이고, 그 상업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관련된 '사람들' 그들의 마인드와 수준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더 현대서울은 현재 한국이란 나라가 보여주는 문화적인 역량이 고스란히 함축되어있는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한 때 중국에서 쇼핑몰 설계를 여러 건 진행했었습니다.

 2003년에 중국에 첫발을 디디고 2004년에 상해에서 거주하기 시작을 했죠. 당시 부동산 개발은 정말 엄청나게 호황이었고, 한 동안 수많은 쇼핑몰들이 여기저기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상하이의 '신천지'같은 경우엔 이런 상업부동산 개발의 신화적인 존재였고, 당시 홍콩이나 일본의 상업 개발자들이 많이 들어와서 활동을 했었죠.

 

  어제 '久光百货지우광 백화점' 에 오랜만에 다녀왔습니다.

  이 백화점이 2004년 9월 29일 오픈했으니 제가 중국 생활 시작하는 시기보다 불과 한두 달 빠르게 오픈한 거네요. 어쨌든 상하이에 와서 이 백화점을 보고 조금 놀랐었습니다. 그 외부에서 보여주는 입면 디자인이 과감했기 때문이죠.

상하이 지우광 옛모습
상하이 지우광 백화점 예전모습

   연면적 91,613제곱미터에 지하1층~지상9층으로 구성되었고, 홍콩과 일본의 합작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상하이 남경서로라는 최고의 상권에 자리 잡은 만큼 중요한 프로젝트이고, 바로 뒤에는 상하이의 유명한 절인 静安寺정안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전 중국의 상업발전에 대해 조사하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들었었죠.

  중국의 상업은 대부분이 寺庙사묘(사원,절,사찰)에서 발전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표현을 빌리자면 목표고객이 분명했던 거죠. 사람들은 여러 개인과 가정의 기원을 위해 사찰에 들리고 사람들이 그 주변에서 먹고, 물건을 사고하는 상권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시작한 거죠. 지금 말씀드리는 지우광 백화점 뒤에 사찰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어 잠깐 언급해 봤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쇼핑몰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적 강자였던 백화점들이 맥을 못추고 뒤쳐지기 시작합니다. 2004년에 오픈했던 백화점이니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고민에 빠졌겠죠. 몇 년 전에 리뉴얼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었는데  한동안 가보지 못하다가 어제 들렸습니다. 주변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고 이 백화점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권이 좋다 보니 중고급 브랜드와 각종 해외 식료품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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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지우광과 그 주변 모습

  최근에 와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주요상권에 있던 전통적 백화점들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소비시장의 변화가 너무나 급격해서 오프라인을 운영하던 상업회사들은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거죠. 그 여파로 많은 백화점들이 문을 닫거나 실내 매장이 텅텅 비는 현상들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경기 좋을 때 우후죽순 찍어내기에 바빴던 쇼핑공간들의 한계이기도 한 거죠. 그래서인지 그나마 여력이 있는 회사들을 시작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이 가진 한계로 인해 근본적인 서비스 개념의 변화가 없으면 어려울 듯싶습니다.

 

  온라인의 도래, 유행의 급격한 변화, 체험위주의 소비, MZ세대의 소비 개념의 변화 등 수많은 요인들이 변화를 원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따라가거나 먼저 가서 기다리는가는 상업공간으로 사업을 하는 업체들의 역량인 거죠.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겉으로는 많은 변화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내면에 깔린 '보수적'인 사고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최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저희 회사 이름으로 쇼핑몰 지하 1층의 식당가를 기획, 설계했었습니다. 예전엔 중국 설계원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적지 않게 진행했었는데, 나와서 조그만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니 이런 기회가 많지는 않네요. 그럼에도 상업공간에 대한 '감'은 꾸준히 유지해야 하기에 여러 공간들을 답사하고 분석하고 있는 중이죠. 여기 블로그도 그런 저의 노력의 연장선상입니다.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이유로 인해 앞으로 발품을 더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인으로서 흔하지 않은 경험을 하는지라 하나의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동참을 해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글을 쓰려하니 적지 않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꾸준히 해보려 합니다.

 

  많은 지지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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