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가 언제부터인가 공간과 결합하기 시작했습니다.
'Entertainment'는 '오락'이라는 뜻이죠. 구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 활동의 하나이며, 여흥(餘興), 모임도 이를 가리킨다.'라고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즐거움'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먹는 즐거움, 구매의 즐거움, 보는 즐거움, 참여하는 즐거움, 소통하는 즐거움, 나눔의 즐거움, 움직이는 즐거움.....
'즐거움'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를 좀 깊이 이해하고자 두 명의 학자를 소환하겠습니다.
네델란드의 역사가인 '요한 호이징가 Johan Huizinga (1872~1942)'와 '로제 카이와 Roger Caillois(1913~1978)'라는 프랑스 학자입니다.
요한 호이징가는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Homo Ludens 호모루덴스, 즉 '유희적 인간'이라는 개념을 주장한 유명한 학자이고, 로제 카이와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제 책상에 놓여있는 책 '놀이와 인간'을 쓰신 분입니다. 놀이와 유희, 그리고 즐거움을 같은 영역으로 볼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상업공간에서의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하고자 모두 '놀이'라는 의미에서 묶어서 이해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게 두 가지의 행위를 하면서 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생산적 활동인 '노동'이고 또 하나는 소비적 활동인 '놀이'죠. 과거 농업문화 속에서 살펴보면 노동을 통해 수확을 하고 나면 여지없이 '축제'를 통해서 노동의 피곤함을 달래곤 했었습니다. 이 축제는 자연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는 종교의식의 형태이기도 하고, 때로는 운동회가 되기도 했죠.
우리 인류는 이렇게 '놀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노동'의 의미를 되짚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인간은 오로지 일만하면서 살 순 없는 것이기에, 다 같이 모여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도박을 하고, 운동경기를 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이런 행사들이 지나가고 다시 일상인 '노동'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었죠. '노동'을 더 잘하기 위해 '놀이'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 어쩌면 '놀이'를 위해서 '노동'을 하는 것이기도 했을 겁니다.
과거의 '놀이'와 현대의 '놀이'는 근본적 의미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컴퓨터 오락을 즐기고, 영화와 연극을 보며, 여행을 가며, 쇼핑을 하는 것이 모두 '놀이'의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현대는 과거와는 달리 더욱 몰입적이며,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이 있다는 것이 과거와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소여의 모험'을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하나 있죠. 기억나는 내용을 적어보면, 주인공인 톰소여가 말썽을 피워 벽에 페이트를 칠하는 벌을 받게 되죠. 투덜거리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친구가 뭐 하냐고 물어봅니다. 그때 톰은 매우 즐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페인트칠이 매우 재미있으니 너희도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합니다. 결국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페인트 칠하는 벌을 대신하게 만들죠.
'노동'과 '놀이'는 비슷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꼭 구분을 해 본다면, 하기 싫은데 해야 한다면 그건 '노동'에 가까울 것이고, 언제든 내가 원할 때 할 수 있고 그만둘 수 있다면 그건 '놀이'가 될 수 있는거죠. 농사를 짓거나 물고기를 잡거나... 어떤 때, 어떤 곳에서 '노동'이었던 것들이 현대인들에게는 '체험'이라는 형태로 '놀이'가 되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죠.
이런 체험위주의 소비가 강조되다보니,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재미없는 체험은 소비자들을 끌기 힘들고, 존재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소비자 행동을 분석해서 소비자가 소비상품을 인식하고 접촉하는 모든 접점에서 '재미'적 요소를 넣을 수 있어야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게 됩니다. 현대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으나, 그 근본적 접근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겁니다. 화려한 기술과 시각적 표현만으로 주목을 시킬 수는 있으나, '체험'이란 것은 그 과정 속에서의 '인식'이 중요하기에, 세부적인 기획을 필요로 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4개의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이 공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부머세대, 인터넷 탄생을 경험하고 활용중인 X세대, 디지털 현실과 아날로그 현실을 모두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태블릿을 들고 자라온 Z세대입니다.
심리학에서는 '결정적 시기 critical period' 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태어난 다음의 어느 일정시간 동안의 경험에 의해 뇌의 하드웨어 대부분이 완성되는 시기를 뜻합니다. 이 시기동안의 경험이 '고향의 느낌'으로 장소와 대상 등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거죠. 세대별로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많은 것들이 이렇게 정해지기에 '세대차이'가 생기는 건가 봅니다.
세상의 변화가 느리게 움직이던 때와, 하루가 다르게 급격하게 기술이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 간극이 존재할 것입니다.
마케팅에서 세대로서 소비자를 분석하고 취향을 연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죠.
다시 이 글의 본 주제인 '유희적 인간' 의 개념으로 와보겠습니다.
인간의 본질 속에는 '재미'를 추구하는 속성이 존재하는데, 기술의 변화 및 환경의 변화로 인해 태어난 세대에 따라 재미를 느끼는 경험이 다릅니다. 이는 재미를 위해 소통하는 방식과 재미를 전달하는 매체의 발전등의 차이로 인해 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그 근본적 속성은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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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로제 카이와의 '놀이와 인간' 이란 책에서는 놀이를 '미미크리Mimicry, 아곤Agon, 알레아Alea, 일링크스Ilinx' 라고 분류를 하고 있는데,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재미의 속성을 조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론적인 속성을 깊이 이해하면 상업공간에서 고객들에게 어떤 접근과 시도를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통찰을 읽을 수 있기에 한 번쯤의 학습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말 호주의 한 호텔은 매출이 오르지 않음에 고심하던 중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냅니다. 바로 호텔 투숙객을 대상으로 하는 '뱅크시를 훔쳐라 (steel banksy)'는 캠페인입니다. 유명 화가인 뱅크시의 작품을 호텔 어딘가에 전시해 놓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훔친 고객에게 무료로 그림을 주는 게임이었습니다. 조건은 단 한 가지... 바로 주체자인 아트시리즈 호텔에 묵어야 하는 거였죠.
고객에게 '도둑질' 시켰는데도 수익률이 300%나 증가한 이상한 호텔 | 인터비즈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호주에 있는 아트시리즈 호텔은 전 세계에서 모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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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캠페인으로 호텔은 300%의 수익률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꽤 오래된 이 이야기가 주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되어 최근 인용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요 몇 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곳에서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느끼는 많은 감정들은 실은 뇌에서 작용하는 '인식'의 문제입니다. 기술을 통한 감각적인 몰입이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뇌에서 작용하는 '재미'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하기에 메타버스는 기술의 문제이기 전에 우리 '인식'의 문제로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전 여겨집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메타버스는 아직 기술을 발전시킬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고객들은 상업공간에서 놀이와 게임 등을 즐기며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유희적 요소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충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게임 등의 유희적 요소를 상업공간에 적절하게 추가하면 고객들이 더욱 즐겁게 상점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체험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소비형태에서 상업공간을 기획하는 분들에게 이 '재미'의 요소는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재미'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물리적 공간, 혹은 무형의 규칙, 또는 심리적인 느낌... 모든 것이 환경이 될 수 있죠. 공간을 다루는 입장에서 우선 '물리적 공간'의 환경을 위한 조건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 내용으로는 '몰입형 공간'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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