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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상업공간의 핵심 개념들_세번째 : 몰입적 경험

정리 및 분석 글

by NSPA 2023. 3. 2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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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ersive

 

  바야흐로 현대는 편집의 시대입니다. 

  Ctrl-V 와 Ctrl-C는 컴퓨터 용어인데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죠. 이러한 편리함은 많은 작가들을 원고지에서 컴퓨터 자판 앞으로 옮겼습니다. 이런 편리함을 통한 편집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도 많이 변화시켰다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까지도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최근 유행하는 시리즈물들을 보면 시간 순서인 서사적 형식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던 것들이, 뒤죽박죽 되어서 이야기를 덧붙이고, 잘라내고, 순서를 엉켜놓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바뀌기도 하고, 악당의 시각으로 사건을 풀기도 하죠. 이런 내용들은 최근의 세계관에 대한 중요성과 더불어 이야기를 접하는 다양함을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요즘엔 스토리텔링의 선형적 구조를 벗어나 이야기 안에 들어가서 경험하는 '스토리리빙 Story Living' 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래되었습니다. 

  할머니로부터 듣던 옛이야기는 다양한 미디어가 대신하더니, 이제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를 구현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발전되었고, 더욱 실감 나는 감각적 체험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디어 기술의 변화와 이야기 구조의 변화와 함께 이번 차에서는 상업공간에서의 '몰입적 경험'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스토리를 엮는 방법으로 '트랜스 미디어 Trans media' 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미디어 간의 경계를 넘어 큰 세계관을 형성하며 서로 결합, 융합하는 현상을 말하죠. 대표적으로는 '프리퀄 prequel, 시퀄 sequel, 리부트 reboot, 스핀오프 spin-off' 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트랜스 미디어로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있습니다. 개별 캐릭터의 이야기와 통합 서사가 결합된 MCU는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장르로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죠.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분명 과거에 접했던 방식과는 매우 다른 경험을 주고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소설로 쓰더라도 누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우리에게 주는 재미와 감동은 다릅니다. 그러하기에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극작가들은 특히나 이런 이야기 구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죠. 

  이야기는 영화 속이나 책 속에서의 관찰자 시점을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상세계에서 그리고 근처의 쇼핑몰이나 식당에서 우리가 경험하던 다양한 이야기들, 소비자들은 이제 다른 경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토리 리빙 Story Living'의 시작인 것이죠. 

 

MCUstoryliving

 

  인터넷으로 원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특히나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는, 좋아하는 취미, 기호 혹은 연예인들을 더욱 실감 나게 접할 수 있는 공간들은 고객들을 끌어들이는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은 더 이상 상품만을 보고 발걸음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고객들의 '움직임의 가치'에 더 집중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죠.

 

  가치에 부합하는 무언가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상업공간이 갈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제3의 공간'이란 개념으로 사업을 이끌어 왔듯이, 장소와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환경적 느낌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환경을 통해서 브랜드를 느끼고, 메시지를 느낍니다. 이러한 감각적 경험으로 브랜드의 전부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예전 미디어가 한정되어 있던 시기의 경험은 극히 일방적이고도 편향적이었죠.

  1936년 영국 BBC가 첫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할 때, 사람들을 TV앞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이 시기부터 사람들은 'TV 앞'이라는 '공간'과 TV의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방영되는 내용은 일방향으로 대중들에게 전달이 되었고, 한정된 프로그램 및 광고 내용들에 갇혀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대중'이 생겨났고, 마케팅의 대상은 분명했습니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 대표적인 매체들은 대중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에 집중했습니다. 이들만 사로잡을 수 있으면 제품이 팔리는 것은 오히려 쉬운 것이었죠. 소비자들은 다 같이 영상을 보고, 광고를 보고, 글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현대는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더욱 잘게 쪼개지고, 각자가 접하는 매체의 종류는 다양하며, 자신의 취향을 쫓아 상품을 검색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TV앞에서 광고를 쳐다보며 다음 프로그램을 기다리지 않는 것이죠.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아이들은 어디서든 핸드폰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고, 쇼핑을 하고 문화를 즐깁니다. 우리가 MZ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이미 소비의 주체로서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죠.  우리가 이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미디어는 '정보'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생각의 방식'도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정보를 접하는 방법의 변화는 우리의 사고 과정도 바꾸어 놓는다는 점이죠. 

 

  그러하기에 우리 젊은 세대들의 생각의 구조가 어쩌면 기성세대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우리는 이 시대의 마케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의 주제이기도 한 '상업공간에서의 몰입적 경험'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과 정보가 표현하는 방식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선형적 구조인 스토리텔링의 방식은 전후의 이야기가 연결되고 이어져야 하는 필연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매체에서 분절된 이야기 정보들이 나오고 이를 경험하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검색하고 찾아서 정보를 연결합니다. 이렇게 접근하는 환경은 좀 더 감각적이고 모호하고 그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분위기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거죠.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어떤 맥락을 보여주는지 일반 소비자들은 알 수 없지만 어떤 특정한 소비자층에서 굉장한 반응을 이끌기도 합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해 못 하는 내용들은 어쩌면 우리가 그 알만한 사람들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오늘은 이곳을 방문하고, 내일은 저곳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그 과정에서도 핸드폰을 통해 연일 올라오는 다양한 공간의 이미지들을 검색하며, 연결하고 조합하며 자신들의 소비관에 맞는 세계관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 시대에서 공간디자인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주어진 조건을 만족시키는 디자인만이 아닌 같이 '기획'적 고민을 해야 하는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무대세트를 만들듯이 어떤 환경을 가져와 옮겨 놓는 디자인은 MZ세대가 머물고자 하는 공간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상업공간이 모두 테마파크가 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죠. (더구나 테마파크식의 연출은 적당한 규모와 투자가 보장되어야 고객을 끌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메시지와 브랜드가 만들어 내는 세계관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공간에 한 편의 스토리의 조각으로 옮겨놓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스토리가 연상되는 공간보다는 의미가 연상되는 공간이 가치를 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더욱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글에서는 몰입을 위한 공간적 장식이나, 기술적 몰입의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보여주기'이기에 공간의 디자인 표현이나 미디어 아트를 사용하여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외부에서 주어지는 몰입감보다는 소비자들이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브랜드를 이해하고 경험하려는 자세를 만들어주는 개념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글을 적고 있습니다.

  물론 그보다 먼저 브랜드와 상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매력적인가가 우선하겠지만요. 

 

  디자인적 사고에 더해서 소비자의 패턴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기획적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이 공간마케팅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여겨지네요. 소비자들이 느끼는 진정한 '몰입'은 외부 자극을 통해 전달되는 몰입이 아니라 소비자 개개인의 내면에서 공간에 융합되려는 '자의적인 몰입'이 더욱 가치를 가질 것입니다.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이 갖는 의미는 고객이 소중한 시간을 내어서 방문해 주는 만큼, 이곳에서 여러 의미로서의  '몰입적 경험'을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언제든 본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경험한 내용들을 오프라인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죠. 여기에서 아주 강한 '연결'이 생길 것입니다. 

 

  메타버스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서 가상세계에서의 쇼핑이 많은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일부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머리속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은 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현실과 구분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하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몸을 사용한 '움직임'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해 왔기에, 기술로 만들어진 감각으로는 모든 정보를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직까진 기술이 우리 몸을 다 이해하진 못했기 때문이죠. 

 

  공간이나 환경을 이루는 형태, 색, 재질, 밀도, 빛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몰입 경험'을 강화시키며 이에 대한 심도깊은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공간의 시각적 촉각적 감각뿐이 아닌, '고객의 두뇌속에서 만들어지는 연결'에 초점이 맞춰졌을 때 '몰입적 경험'이 형성되는 것이기에 많은 공간 기획자들은 이 부분에 대한 접근방법을 더욱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 여겨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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